
본문 : 한국경제 - 이주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K-관광 로드쇼' 행사에 참가한 LCK 선수들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린 베트남 팬들 (LCK 제공)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베트남 정상 국빈 만찬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을 초청한 행사였다. 주요 대기업 총수는 물론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참석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를 상징하는 해당 행사에 LCK 첫 외국인 선수이자 베트남 프로게이머인 ‘레이지필’ 쩐바오민(DRX)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LCK는 국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e스포츠 프로 리그다. 쩐바오민은 LCK 역사상 첫 외국인 선수다.
쩐바오민의 국빈 만찬 참석을 계기로 베트남의 LCK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LCK의 베트남 시청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LCK에 따르면 베트남 시청자는 2021 서머 평균 6만 4582명에서 2024 서머에는 평균 12만 4498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열린 2025 MSI 대표 선발전은 평균 26만 4335명이 시청했다. 특히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최종전 시청자는 48만 7076명에 달했다.
LCK 첫 외국인 선수인 '레이지필' 쩐바오민 (LCK 제공)
이 같은 성장세가 가능했던 건 LCK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LCK는 지난 2023년부터 베트남 공략에 속도를 냈다. 먼저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베트남 최대 규모 관광 박람회인 호찌민 국제관광엑스포(ITE)에 참가했다. 당시 팬 사인회 등 행사에 수천 명이 몰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24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K 관광 로드쇼를 개최했다. ‘데프트’ 김혁규, ‘쇼메이커’ 허수, ‘모건’ 박루한 등 선수단과 이정훈 LCK 사무총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틀 동안 베트남 팬 10만 명이 찾는 등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LCK는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6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진행한 ‘2025 코리아 트래블 페스타’에 참여했다. 당시 쩐바오민을 비롯한 프로게이머들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이틀간 7만여 명의 팬들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CK는 내년 첫 해외 로드쇼를 추진하고 있는데 베트남 역시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K-관광 로드쇼' 행사에 참가한 OK저축은행 브리온의 '모건' 박루한 (LCK 제공)
2025년 6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한화생명e스포츠 팬 미팅 현장 / 연합뉴스
LCK 소속 팀들도 베트남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팀은 한화생명e스포츠다. 한화생명은 올해 6월 호찌민에서 팬미팅을 진행했다. 지난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치러진 행사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렸다. 한화생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팬덤 확대를 위해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베트남에서 글로벌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젠지 e스포츠는 LG전자와 손을 잡고 현지에서 팬미팅을 개최했다. T1은 베트남 현지에서 LCK 경기 뷰잉 파티를 진행했다.
LCK와 소속 게임단이 베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베트남 e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총 인구 1억 1600만 명 중 60%가량이 39세 이하로 이루어진 젊은 나라다. 중위 연령이 32.5세로 한국(43.7세)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특히 18세부터 34세 남성 층에서 LoL e스포츠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LCK에 따르면 해당 연령 층에서 세 명 중 1명은 LoL과 베트남 e스포츠 리그인 VCS를 알고 있을 정도다.
한편 LCK는 현재 정규 시즌 4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상위 5개 팀이 레전드 그룹에, 하위 5개 팀이 라이즈 그룹에 배정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정규 시즌 5라운드가 치러진다. 다음 달부터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와 플레이오프로 나누어진 포스트 시즌이 진행된다. 올해부터 스플릿이 하나로 통합된 만큼 첫 우승 컵을 누가 차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강력한 우승후보는 정규 시즌 1위를 지키고 있는 젠지다. 이외에도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이 대권 후보로 꼽힌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