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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넥슨 아이콘 매치가 남긴 것

본문 : 디스이즈게임 - 김재석 기자

 

운 좋게 지난 주말 넥슨이 주최한 이벤트 축구 경기 '아이콘 매치'에 다녀왔다. 이틀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는 약 10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전야제 4만에 본경기 6만이었다.

본경기가 펼쳐진 20일 날씨는 15도 이하로 겨울을 실감케 했지만, 축구에 대한 열기는 추위를 잊게 했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푸욜, 히바우두, 피구 등 '노익장'이라고도 부르기도 미안한 50대의 은퇴 선수들은 현역 시절에 버금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기자는 오랜 에버튼 팬인데, 펠라이니가 경기 내내 수비 라인에서 상대 공격을 끊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는 제쳐두고 '해축'에 미쳐 살던 과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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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콘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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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밀란에서 유럽 축구를 제패하던 두 전설 셰우첸코(왼쪽)와 피를로(오른쪽).

 

은퇴한 축구선수들이 이벤트 매치에 출전하는 것은 꽤 자주 있는 일이다. 드로그바, 푸욜, 피를로는 지난 9월에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자선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축구 팬이라면 이런 이벤트 매치를 한국에서 연다고 하면 의심부터 한다. 그간의 트라우마가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2019년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이벤트 매치에서 45분 출전이 계약된 호날두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한국을 떴다.

지난해 AS로마, 셀틱, 그리고 울버햄튼이 방한해 인천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시리즈를 치룰 것이라고 발표됐지만 프로모터의 약속 불이행으로 전면 취소됐다. 다른 한쪽에서는 호나우지뉴 등 유수의 스타를 초청해 올스타 매치를 열려는 시도가 있었고, 일정 부분 섭외까지 완료됐지만 최종 취소됐다. 이렇듯 재정과 물류를 감당할 실력이 없는 기업이 무리하게 이벤트를 추진했다가 엎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넥슨은 달랐다. 행사 전부터 주관을 맡은 슛포러브와 축구 선수를 섭외하는 과정을 예능 형태로 보여주며 관심을 모았고, 스쿼드에 인플루언서가 포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불식시켰다. 경기 전 인터뷰에 나선 퍼디난드도 "사실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평할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이 완성됐다. 은퇴 후 해설위원이나 감독, 행정가의 커리어를 이어가지 않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기에 반가움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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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암벌은 축구 팬으로 가득 찼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물론이고 운영 또한 흠잡을 데 없었다. 오프닝 무대와 축하 공연은 기대를 만족시켰으며, 현장에서 큰 사고 또한 보고되지 않았다.후반전 마스체라노가 결정적인 장면에서 미끄러지는 등 잔디 퀄리티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그간 각종 콘서트로 혹사당한 상암벌 잔디에 대한 책임을 넥슨과 슛포러브에 물을 수 없을 것이다.

넥슨은 지난 30년 동안 무수히 많은 행사를 치렀다. 박정무 FC 그룹장은 "이번 행사가 사상 최고"라며 넥슨이 이번 매치에 들인 공력을 짐작게 했다. 경기 직후, 넥슨은 "다음번엔 누구랑 올까요?"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게첩했다. 자연스레 다음 아이콘 매치에 대한 기대감까지 생겨났다. 이제는 적지 않은 유저들이 'FC 온라인'에 돈 쓰는 것을 실물 축구 이벤트에 대한 펀딩처럼 느끼고 있다.

박정무 그룹장은 인터뷰에서 "게임사 직원이지만, 게임과 실제 축구의 연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재미가 되고, 실제 축구를 즐기는 새로운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의 이번 행사는 게임과 실제의 연계를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콘 매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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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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