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국민일보 -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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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월드컵(EWC)이 곧 시작한다. 관건은 컨디션 관리와 메타 적응이다.
오는 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e스포츠 월드컵(EWC)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대회가 개막한다. 한국 대표로는 T1과 젠지가 나간다. T1은 5일 비리비리 게이밍(BLG)과 첫 대결을, 젠지는 6일 TOP e스포츠(TES)와 경기를 치른다. 두 팀이 순항을 이어나갈 시 8일 결승 무대에서 맞붙게 된다.
개선문을 지나기 위해서는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팀 선수들은 지난 스프링 시즌을 가장 오랫동안 치르고, 5월에는 중국 청두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참가했다. 귀국 후 짧은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서머 시즌에 나섰다. 최근에도 젠지는 지난 28일, T1은 29일까지 정규 리그 일정을 소화했다.
리야드로 가는 길이 멀어서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선수들의 체력을 더 소모케 한다. 김정수 감독에 따르면 젠지는 리야드로 떠날 때 14시간 반, 국내 복귀할 때 18시간 반 동안 비행기를 탄다. 최근 직항 항공편이 사라져 하늘에 머무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28일 DRX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다”면서 “그래도 젠지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팀들도 (리야드로 가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T1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T1 ‘구마유시’ 이민형은 지난 29일 KT 롤스터전 직후 “일정이 빡빡하다. 장시간 비행을 하고, 시차 적응도 해야 한다”면서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WC를 MSI의 재대결이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우리가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정균 감독 역시 “시간이 없지만 잘 준비하겠다.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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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들이 최근까지 연습했던 13.12패치가 아닌 새로운 패치 버전으로 경기를 치르는 만큼 메타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고, 새롭게 챔피언 티어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젠지 김정수 감독은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하루 이틀 정도 연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하던 것(데이터)을 가져가서 새 패치노트를 읽고 회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TES의 강력한 바텀을 밴픽으로 견제할 건지, 어떻게 할 건지 선수들과 토론을 해봐야 한다. 아직 해보지 않았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리그가 진행 중인 만큼 아직 EWC에서 만나는 상대를 집중 분석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던 셈이다.
우승 트로피를 맡아놓은 팀은 없다.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 한국 팀들과 8강에서 맞붙는 BLG·TES가 세계 대회 우승 컨텐더급 팀들인 데다가 경기가 3판2선승제 단판으로 펼쳐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T1과 젠지가 빈손으로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각 팀 사무국과 코칭스태프는 체력 못잖게 선수단의 멘탈 관리도 중요시하고 있다.
더군다나 두 팀은 귀국하자마자 다시 서머 시즌 경기를 치른다. T1은 오는 10일 OK 저축은행 브리온과, 젠지는 11일 광동 프릭스와 맞붙는다. 젠지 ‘쵸비’ 정지훈은 “최근 일정이 힘들다. 서머 시즌 정규 리그엔 승패에 집착하지 않는다”면서 “EWC를 치르고 돌아왔을 때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고, 멘탈을 관리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