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https://m.sports.naver.com/esports/article/356/0000066354
작년과 올해, 전세계적으로 e스포츠 생태계 근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다수 발행했다. 핵과 디도스(DDos) 문제가 e스포츠 영역을 침범했으며, 불법 도박과 연관된 대규모 승부조작이 적발되기도 했다. 물론 모바일게임 시장 확대나, 사우디아라비아 투자 등 e스포츠 미래에 보탬이 될 만한 발전도 이뤄졌다. 다사다난했던 최근 e스포츠 분야에 어떤 사건 사고와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는지 게임메카가 짚어봤다.
디도스와 핵, 신뢰도 하락 이어지는 e스포츠
온라인게임에서 오랫동안 문제가 됐던 디도스와 핵이 2023년 말부터 e스포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핵과 디도스는 일반적으로는 e스포츠 리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게임사가 직접 선정한 장소, 개발한 서버 환경 등 보안이 철저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덕분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우선 전세계 최고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롤)’에서 디도스 관련 사건이 한국 서버를 강타했다. 2023년 말부터 유명 롤 프로게이머나 인터넷 방송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속적인 디도스 사이버테러를 당해왔다. 물론 당시 대회에서는 디도스 공격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실제 롤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개막 직후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2월 DRX와 다플러스 기아 경기에서 여덟 차례 경기가 중단되는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LCK 대회 서버가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이후 LCK 운영 사무국은 비공개 녹화 중계를 통해 경기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임시 동원했고, 결국 3월 13일 경기부터 오프라인 서버를 도입해 디도스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핵의 경우도 큰 문제가 됐다. 프로 선수들이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비인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일은 간혹 존재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 글로벌 시리즈 북미 지역 결승전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경기에 참여한 두 선수에게 해커가 강제로 적 위치가 보이거나 자동으로 적 머리에 에임이 향하는 핵이 설치했다. 이를 보고받은 주최측은 급하게 경기를 중단한 뒤 대회를 잠정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두 사건 모두 근본적으로는 해커와 디도스 공격자가 가장 큰 문제지만, 대회를 개최하는 게임사의 안일한 태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라이엇게임즈와 LCK를 주최하는 라이엇코리아는 2023년 연말부터 디도스 공격 전조가 보였음에도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디도스 공격 발생 후 대처도 미흡했다. 에이펙스 레전드 대회를 주최하는 EA와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오랜기간 수많은 핵과 해커들로부터 고통 받았다. 물론 개발사가 이를 방관한 것은 아니었으나, 결국 프로경기에 해커가 난입하는 모습을 전세계 생중계하고 말았다.
위와 같은 사건은 e스포츠 생태계가 갖는 근본적인 위험성과도 연결된다. 규모나 건실성과 무관하게 게임에 운영사가 대처하지 못하는 외부 공격이 발생하면, 대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리그 존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라이엇게임즈와 EA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마저 외부 공격에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그 대처마저 미숙한 모습을 연발한다면, 결과적으로 e스포츠 전체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되는 셈이다.
스포츠 근간을 크게 해치는 승부조작의 지속적인 발생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승부조작 관련 중대 사안도 발생했다. 베트남 롤 리그인 VCS에 참가하는 8개 팀 모두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수들이 적발됐다. 지난 3월 VCS는 공식 SNS를 통해 승부 조작 연루가 의심되는 32명의 선수와 관계자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의 경기 참여를 임시 중단했다. 32명은 VCS 리그 선수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인 만큼, 역대 최대 규모 승부조작 사건인 셈이다.
베트남 리그뿐만 아니라 중국 리그에서도 승부조작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 2부 리그 LDL에서 선수 9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됐으며, 그 과정에서 프로팀 SDX는 참가자격이 박탈됐다. 승부조작은 스포츠 신뢰도를 크게 저하시키는 문제다. 현재는 롤 e스포츠가 아직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타격이 덜하지만, 향후 인기가 한풀 꺾였들 때 다시 발생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한국은 이를 과거 ‘스타크래프트 1’ 리그가 파괴되며 겪었다.
비단 롤 뿐만 아니라 ‘모바일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도타 2’등 각종 e스포츠 리그에서 작년부터 승부조작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e스포츠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반대 급부로 불법 및 사설 도박 지하경제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규모가 커지고 각종 법률이 도입되기 시작한 e스포츠 생태계인 만큼, 승부조작에 대한 경계와 감시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저변을 확대 중인 e스포츠
물론 이렇게 부정적인 사건들만 계속된 것은 아니다. PC와 모바일 보급률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일부 국가에 특히 한정됐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롤 e스포츠 인기가 최근 라틴 아메리카와 브라질 등지에서 점점 올라가고 있다. 더 고무적인 부분은 비단 롤,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등 기존에도 각광받았던 e스포츠 리그뿐만 아니라, 모바일 e스포츠 분야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몽골, 동남아시아, 인도 등지의 e스포츠 선수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크래프톤이 운영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의 경우 최상위 국제대회에서 몽골 프로팀 IHC e스포츠가 우승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더 커졌다.
e스포츠 관심 국가가 확대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그 e스포츠 입지가 과거에 비해 올라갔다. 모바일 e스포츠 저변의 확대는, 향후 e스포츠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고질적인 운영비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e스포츠 운영비는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롤을 기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1,514억으로 전년 대비 44.5% 증가했지만, e스포츠 관련 수익은 1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심지어 국내 최대 e스포츠 종목인 롤 국내 프로리그 소속 구단 중 흑자를 기록한 팀이 없다고 알려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e스포츠 팀 역시 수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쪽에서 e스포츠 관련 투자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특화도시 키디야 시티 내 e스포츠 중점 지구를 건설 중이며, 국제적인 e스포츠 월드컵도 개최한다. 특히 사우디 e스포츠 월드컵 리그 총 상금은 6,000만 달러(한화 약 822억 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종목 역시 롤, 배틀그라운드, 에이펙스 레전드, 철권 8, 오버워치 2 등 총 19종으로 다양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풍부한 오일머니가 e스포츠 업계 수익성을 보장하고 산업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국내의 경우 작년 e스포츠가 스포츠토토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지난 2022년 대선 공약으로 논의가 시작됐으며, 지난 2024년 총선에서도 스포츠토토 활성화 공약을 내건 당이 존재한다. 만약 e스포츠토토가 시행된다면 국내 e스포츠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사항은 아직 논의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 2023 e스포츠 실태조사, 산업 규모 변화와 종목사 현황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e스포츠 월드컵 우승컵과 상금 규모 이미지 (사진출처: e스포츠 월드컵 공식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