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 디스이즈게임 - 김승주 기자
e스포츠 월드컵에 대한 모든 것.
7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e스포츠 월드컵 2025'(이하 EWC 2025)가 개막한다. 이번 대회는 참가 종목 24개, 총 상금 7천만 달러의 규모로 진행되는데, 20개 종목에 총 상금 6천만 달러 규모로 진행됐던 이전 대회에서 더욱 늘어난 것이다.
우리가 e스포츠 월드컵에 관심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가령 이번 행사는 국내 게임 산업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 EWC 2024는 SOOP이 독점 중계하며 신규 이용자 증가 폭이 평상시보다 2배 증가하는 효과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네이버의 '치지직'이 3년 독점 중계권을 따오며 스트리밍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높은 주목도를 가진 중요한 행사로 파악했다는 이야기다.
올해부터 EWC에 관심을 가질 시청자를 위해 대회의 이모저모를 정리해 봤다.
EWC의 글로벌 엠버서더. 호날두와 페이커가 포함되어 있다. (출처: EWC)
# 지난 대회의 성과... 사우디의 'e스포츠 육성 전략' 통하나?
먼저, e스포츠 월드컵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2016년 '비전 2030'을 통해 석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는 여러 대형 계획을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게임 산업 육성에 관한 부문이 포함됐다. 국부펀드인 PIF 를 활용하여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약 380억 달러(51조 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에는 서구 e스포츠 시장에서 방대한 규모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 ESL과 FACEIT를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하고, 국가 게임 및 e스포츠 전략을 발표했다. 더불어 뉴 글로벌 스포츠 컨퍼런스 2024와 같은 행사가 사우디에서 주최되기도 했으며, 2022년부터는 '게이머스 8'이라는 글로벌 대회가 열렸다. 이후 게이머스 8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2024년 정식 출범한 것이 e스포츠 월드컵이다.
비전 2030의 대표적인 계획이었던 '네옴 시티'는 현재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기에 사우디의 이러한 게임에 대한 투자도 '돈만 허투루 쓰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e스포츠에 대한 계획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대회인 EWC 2024는 주최측에 따르면 전 세계 온라인 시청자 수 5억 명, 관람객 26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정식 종목으로 합류했던 <LoL> 종목의 결승전은 100만 명이 넘는 실시간 시청자를 기록했다.
(출처: EWC)
단순히 상금 규모만이 아니라, 경기 내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도 성과를 달성하며 글로벌적인 화제를 낳기도 했다. e스포츠 월드컵에서 시청자가 가장 큰 반응을 보낸 부분은 '유압 프레스'다. EWC에서는 팀마다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삼각형 모양의 '키'가 제공되는데, 패배할 경우 키는 선수가 승리 팀에게 직접 반납하는 동시에 '유압 프레스'로 압축된다. 심지어 이 중 3개를 골라 우승 트로피 맨 밑에 '박제'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결승 무대에서는 우승한 팀의 이름을 담은 조형물을 벽에 전시하거나, 우승한 선수들이 방송 카메라에 직접 사인을 남기는 등 지금까지 e스포츠 씬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연출을 보여 줘 큰 화제가 됐다.
유압 프레스로 키가 압축되는 모습 (출처: EWC)
페이커가 방송 카메라에 사인을 남기는 모습 (출처: EWC)
그 외에도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위권 팀'을 대상으로 초청장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인기가 많은 팀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가령 <LoL>은 MSI에 진출하거나 진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을 초청했으며, <발로란트>는 각 지역의 VCT 스테이지 1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팀에게 출전권을 지급했다.
이번 대회의 경우에는 e스포츠 대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독특한 모습이 시작 전부터 등장하기도 했다. 바로 '체스'를 공식 종목으로 섭외한 것인데, 덕분에 EWC 참가를 위해 전 세계의 체스 프로들이 여러 e스포츠 팀과 계약을 체결했다. 가령 한국의 젠지e스포츠는 인도의 신예 체스 프로 '아르준 에리가이시'를 영입했다. 사우디의 '팀 팔콘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체스 선수라고 할 수 있는 '히카루 나카무라'를 섭외했다.
EWC를 위해 사우디 e스포츠 팀과 계약한 히카루 나카무라 (출처: EWC)
# e스포츠 팀에게는 '상금'과 또다른 '국제 무대' 진출의 기회
현재 e스포츠 업계의 표준은 '종목사'가 정한 계획에 따라 국내 리그를 치르고, 최종적으로 국내 리그의 성과를 기반으로 국제 무대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EWC와 같은 '서드 파티' 대회가 끼어들기 힘들다. 이미 종목사의 주관 위주로 e스포츠 업계가 재편되면서 MLG와 같은 유명 서드 파티 대회가 대부분 위상을 잃고 사라진 바 있다. 또한, 이는 서드 파티 대회가 열리더라도 팀들이 일정 상 참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e스포츠 씬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의 <LoL>과 <발로란트>는 종목사가 주관하지 않는 서드 파티 대회를 2024년까지 금지하고 있어, 이 종목이 EWC에 참가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라이엇 게임즈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점도 리스크였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2024년 4월 선수들이 EWC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유는 팀의 수익 문제다. 2024년부터 e스포츠는 시청 부문에서는 여전히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각 팀의 수익성 면에서는 빨간 경고등이 켜지며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LCK 팀의 성명문이 발표됐을 정도로 당시 e스포츠 산업은 팀의 '재정 자립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라이엇 측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제 3자 파티 대회를 거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24 MSI의 총상금은 25만 달러에 패스 수익이 포함되는 것이었는데, EWC는 100만 달러를 내걸었으니 팀에게도 메리트가 컸다.
나아가 라이엇 게임즈는 2025년에는 "작년에 참가한 선수와 팀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긍정적이었다. 이 이벤트의 상당한 상금은 그들에게 중요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많은 e스포츠 조직이 더 강력한 미래를 향해 노력하던 시기에 안정성을 제공했다"라며 EWC와 3년 간의 공식 종목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던 여러 팀들과 산업 구조에 관심이 많은 팬들 역시 EWC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LoL>의 경우에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 EWC와 가까운 시일 진행되기에, 필연적으로 참가하는 팀들은 고단한 일정을 보내야 한다. 2025년의 경우, MSI 2025 결승전에 진출할 경우 7월 13일 캐나다에서 대회를 치르고, 사우디로 이동해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EWC에 참여한 후 곧바로 국내로 복귀해 LCK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EWC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팀의 재정성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는 만큼 대부분의 프로 팀이 진출을 바라고 있으며, e스포츠 산업의 불안정성으로 규모 축소에 우려를 보내고 있는 팬들 역시 "힘들겠지만 EWC에서 조금만 고생하자"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오히려 EWC 진출권은 따냈지만 MSI에 진출하지 못한 팀의 경우 팀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새로운 기회가 생겨난 셈이기에 더욱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 외에도 EWC의 상금이 여러 종목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가령 <스타크래프트 2>는 지금까지 진행됐던 가장 큰 규모의 대회 IEM보다 한 단계 높은 상금을 제공해 화제가 됐으며, 글로벌 지역연고 리그의 실패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던 <오버워치 2>는 아예 EWC를 '미드시즌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국제 대회 프로그램으로 편입했다.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프로 팀은 모두 EWC에 참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돈의 힘이다. (출처: EWC)
# 어디서 봐요? - 치지직에서! <LoL>은 언제 시작해요? - 17일 자정!
먼저, EWC에는 '클럽 챔피언십'이라는 경쟁 방식이 도입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각 프로팀(클럽)은 여러 타이틀에 선수단을 출전시킬 수 있으며, 대회가 끝나면 종목별 상금과 별개로 많은 토너먼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팀이 '세계 최초의 e스포츠 월드컵 클럽 챔피언'으로 선정돼 별도의 상금을 받는다. 올해 클럽 챔피언에게는 700만 달러(약 95억 원)의 상금이 책정되어 있다.
개막식은 7월 10일 진행된다. 초청 가수로는 '포스트 말론'이 등장할 예정이며, 6월 30일 공개된 주제곡 'Til My Fingers Bleed' 또한 개막식에서 공연된다. 국내 가수로는 보이그룹 '세븐틴'의 멤버 '디노'가 참여해 개막식 무대까지 오른다.
(출처: EWC)
올해의 관전 포인트는 참가 종목의 증가에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6>, <발로란트>와 같이 메이저 e스포츠 종목이 새롭게 합류했다. <발로란트>의 경우에는 국내 인기 팀인 'DRX'와 '젠지 e스포츠'가 참여해 8일 개막과 동시에 대회를 진행하기에 주목하면 좋다. <스트리트 파이터 6>는 8월 20일 대회를 시작하며 국내 선수로는 NL(정질)과 LeShar(신문섭)이 참여한다.
'울산'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있는 <철권 8> 종목은 8월 13일 시작한다. '로하이', '물골드', '머일' 등 다수의 한국 선수가 여러 대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일찍이 출전을 확정지은 상태다. 또한, 올해 새롭게 종목화된 체스는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하나 한국어 중계는 8월 1일 마무리되는 결승전만 진행된다.
가장 관심이 많을 <LoL> 종목은 7월 16일 시작해 17일까지 그룹 스테이지를 진행한 후. 19일까지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는 4일 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참여 LCK 팀은 T1,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다. 공식 홈페이지의 스케줄을 살피면 7월 16일 오후 6시부터 경기가 예정되어 있기에, 시차를 고려하면 한국 시간으로는 17일로 넘어가는 시간에 경기가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식 중계는 네이버의 '치지직'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EWC를 3년 독점 중계한다. 네이버에 따르면 공식 중계 외에도 선호하는 스트리머의 해설이나 채팅을 즐기며 시청할 수 있는 '같이 보기' 콘텐츠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다채로운 즐길 거리를 위해 전문 중계진을 섭외하고 인플루언서 '미미미누'와 여러 인기 스트리머를 현장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출처: EW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