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벤 - 이두현 기자

 

크래프톤이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의 올림픽 e스포츠 종목 채택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본격적인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섰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한 뒤, 국가적 차원의 스포츠 외교 역량 없이는 종목 채택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의 벽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사의 단독 노력만으로는 국제 스포츠 무대 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국가대표 e스포츠 파트너로서 대한체육회에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i1384235116.png

▲ 사진: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SNS
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가장 오른쪽),유승민 대한체육회장(가운데), 장태석 PUBG 총괄(왼쪽 두번째)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1일 크래프톤을 방문해 장태석 PUBG 총괄, 이민호 e스포츠 총괄 등을 만나 '배틀그라운드'의 올림픽 입성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크래프톤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국제 스포츠계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파악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절감한 데 따른 행보다.

계기는 지난 6월 2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올림픽 e스포츠 게임 퍼블리셔 및 개발자 포럼'이었다. IOC가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릴 제1회 올림픽 e스포츠 게임을 앞두고 마련한 이 자리에는 전 세계 120여 명의 게임사와 올림픽 관계자들이 모였다. 국내 게임사로는 크래프톤이 유일하게 초청받아 참석했다.

하지만 포럼 현장에서 크래프톤은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취재에 따르면, 중국의 텐센트는 자국 출신 IOC 관계자와 동행하며 자본력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외교 활동을 펼쳤다. 일본의 세가, 코나미 등도 자국의 IOC 관계자와 연계해 목소리를 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올림픽 종목 채택이 단순히 게임의 글로벌 인기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와 IOC 위원을 통한 치밀한 '인적 네트워크'와 외교력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 이후 크래프톤은 대한체육회를 찾았다. 유승민 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대한체육회 측은 "IOC와 같은 국제기구는 기업이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국내 게임이 올림픽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향후 올림픽에 e스포츠를 종목으로 채택할 방침이나, 어떤 게임을 포함할지 등 '세부 종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게임 중에선 '배틀그라운드'가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 게임 내 폭력성이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한다면, 크래프톤 입장에선 '배틀그라운드' IP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대 스포츠 무대를 통해 브랜드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를 잡게 될 전망이다.

이번 만남은 양측의 구체적인 협약(MOU) 체결보다는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 상견례 성격이 짙다. 하지만 IOC e스포츠 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만큼, '배틀그라운드'의 올림픽 입성을 위한 크래프톤과 대한체육회의 '원팀' 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