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 국민일보 - 윤민섭 기자
젠지, 첫 세트 이기고 3세트 내리 내줘
강 감독 “실수 보완해 토론토서 설욕”
편선호·로사리오 감독 신경전 공방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진행된 VCT 퍼시픽 스테이지1 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1로 꺾고 우승한 인도네시아 렉스 리검 퀀 선수단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인도네시아 프로게임단 렉스 리검 퀀(Rex Regum Qeon·RRQ)이 라이엇 게임즈의 1인칭 슈팅(FPS) 게임 ‘발로란트’ 아시아·태평양 지역 챔피언에 등극했다. 한국의 젠지는 결승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RRQ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퍼시픽 리그 스테이지1(미드시즌) 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1로 이겼다. RRQ의 우승은 예상 밖이었다. 중계진도 관중도 젠지의 우승을 예상했다. RRQ는 젠지의 홈그라운드에서 첫 세트를 내주고도 주눅들지 않았다. 이후 3번의 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창단 후 첫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RRQ 마르티너스 왈트 감독은 우승 직후 무대에 올라 “길고 힘든 여정을 보내면서도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이 결실을 맺었다”면서 “오늘은 어머니의 날(5월 둘째주 일요일)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계신 나의 어머니를 위해 꼭 우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젠지에게는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플레이오프 승자조 경기에서 한차례 RRQ를 꺾고 결승 무대에 선착했는데도, 역전패를 당했다. 패자 부활전을 거쳐 다시 올라온 상대에게 뜻밖의 일격을 당했다. 젠지 강근철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력이 아쉬웠다. 멘털(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배운 게 그나마 얻은 수확”이라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작은 실수들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보완해 토론토에 가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마스터스’에서 만회하겠다는 다짐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그를 비롯한 전 세계 4대 리그에서 상위 3위 안에 입상한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발로란트 별들의 전쟁인 셈이다. 지난해 상하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젠지로서는 쓴약을 마신 셈이다.
이번 퍼시픽 리그 스테이지1에선 한국 팀이 전반적으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DRX이 4등으로 아쉽게 토론토행 티켓을 놓쳤다. T1과 농심 레드포스는 플레이오프를 뚫지 못하고 조기 탈락했다. 이들은 재정비 기간을 활용해 전력을 가다듬고, 다음달 15일 개막하는 스테이지 2에서 반전을 노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DRX 편선호 감독과 탈론 e스포츠 헥터 로사리오 감독 간 신경전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두 팀이 맞붙은 경기에서 로사리오 감독이 관례인 감독 간 피스트 범프(주먹 인사)를 거절하고 편 감독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 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격양된 어조로 “선을 굉장히 많이 넘었다. 로사리오 감독이 자기 나라(미국)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를 인종차별적인 언사로 받아들였다.
로사리오 감독은 한국 팀들이 다른 지역 팀들과의 연습 경기 내용을 녹화하고 공유한다고 주장한다. 편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e스포츠 업계에 20년 넘게 몸담아 왔다”며 “우리가 연습 경기 영상을 유출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로사리오 감독은 이를 공개하길 바란다. 증거가 있다면 내일 당장 은퇴하겠다. 하지만 없다면 로사리오 감독이 이 모든 루머에 대해 책임지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