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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업계, 재정난에 고사 직전
프로게임단 절반 이상이 매물로
토토 포함되면 수익금 200억 ‘숨통’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발행이 난항에 부딪쳤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계자가 e스포츠 업계 사람들과 비공개로 만났다.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에 e스포츠를 포함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프로게임단과 게임사, 협회 관계자 등 이 자리에 참석한 e스포츠계에선 위기에 처한 e스포츠가 스포츠토토를 통해 도약의 기회를 찾길 기대했다. 정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게임이 스포츠를 따라가려는 거냐. 도입하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사실상 불가 방침을 통보하는 식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황했다.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발행은 총선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던 방안이다. 한 참석자는 “의견 수렴보다는 통보하러 온 것 같은 인상이었다”고 전하면서 “e스포츠를 애들 장난 정도로 보는 전형적인 태도다. 산업을 낮잡아 보는 표현을 쉽게 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장의 업계인은 “게임에 부정적인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도 아니고 힘을 실어줘야 할 문체부가 저런 입장이라면 앞으로 도입이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도입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게임개발사,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협의체를 꾸리고 투표권 확대, 기성 스포츠계와의 조정 등을 논의했다. 스포츠토토 사업을 주관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e스포츠의 진입에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배구 농구 축구 야구 골프 등 스포츠토토를 발행하는 기성 스포츠에 젊은층의 관심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과 e스포츠업계와 달리 문체부는 미온적이었다. 사업 진행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 국회 개원을 앞두고 문체부가 사실상 추진 중단을 통보한 셈이다.
국내 e스포츠 산업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인기구단인 T1의 경우 지난해 세계 최고 인기 리그인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지만 12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선수들의 몸값은 비싼데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경제 침체까지 덮치며 프로게임단들은 작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프로게임단의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다. 대회를 주최하는 게임사들도 수백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대회를 운영한 지 수년째다.
한국은 e스포츠의 창시국이자 여전히 세계 대회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최강국이다. 롤드컵뿐 아니라 아메리카·유럽 강세의 1인칭 슈팅 게임(FPS) 장르에서도 한국 팀은 도드라지는 성과를 냈다. 제대로 투자만 이뤄진다면 e스포츠 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스포츠토토는 수익금의 10%를 종목단체에 지급한다. e스포츠 토토로 조성될 체육진흥기금을 2000억원으로 추정하면, 이 중 e스포츠계에 200억원이 주어지는 셈이다. 위기에 처한 e스포츠계가 유소년·아마추어 대회 지원과 프로스포츠 활성화 등에 나설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규모다.
한 국회 관계자는 “e스포츠 토토 도입이 자칫 학부모들에게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 문체부 안에 있는 듯하다”면서 “아사 직전인 e스포츠 산업에 호흡기를 제때 달아주지 않아 붕괴를 초래한다면 지금 걱정하는 것 이상의 역풍을 맞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