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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05&aid=000167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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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우리나라 e스포츠의 가장 빛나는 한 해였다. 특히 괄목할만한 것은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최초 채택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성과다. 우리나라는 ‘리그오브레전드’ ‘스트리트파이터 5’ ‘배틀그라운드’ ‘FC 온라인’ 5개 종목에 출전해 전 종목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일구어 냈다.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며 국민이 맛본 감격은 정통 스포츠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특히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미친 소리’의 실현을 목도한 오랜 e스포츠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 감개무량이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단일 종목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우리나라의 T1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한국팀의 월드챔피언십 연속 우승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Deft의 “중꺾마”와 Faker의 전무후무한 신화는 e스포츠 팬덤의 담장을 넘어 전 국민에게 각인되는 장외홈런을 날렸다.

그렇게 2023년을 보낸 많은 e스포츠팬들은 2024년이야말로 e스포츠 산업이 비약하는 원년이 되리라 여겼다. 그러나 뜨거운 감동과 달리, 자본의 논리는 차가웠다. 작년 초 폐지된 카트라이더 리그에 이어 연말에는 오버워치 리그가 문을 닫았고,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리그오브레전드 종목에서도 수익성 악화를 둘러싸고 구단과 종목사 간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모두들 낙관했던 ‘e스포츠 산업의 잠재력’은 현재까지도 수치화된 이윤으로 증명되지 못했다. 추상적으로 부풀려진 e스포츠의 영향력은 선수들의 몸값을 비롯한 비용만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켰다.

우리는 불모에 가까웠던 국내 피겨계가 김연아 이후로 얼마나 극적인 성장을 이루었는지 알고 있다. e스포츠에 김연아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e스포츠가 정통스포츠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e스포츠의 스포츠로서의 위상이나 가치와 별개로, 산업으로서의 e스포츠는 정통스포츠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현 e스포츠 산업이 종목 개발사의 절대적 영향력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이로 인해 e스포츠는 근본적으로 해당 게임의 마케팅수단이라는 존재의의를 넘어서기 힘들다.

이러한 한계는 다양한 산업적 창의를 제한한다. 일례로, e스포츠 자체의 수익보다 이를 통한 게임 매출이 주 목적인 현 구조 하에서는 리그의 시청, 관람을 수익모델화 하는 선택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e스포츠 시청자를 잠재적 게임 소비자와 동치시키는 이상, 시청자의 접근성을 낮추는 선택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형성된 관성으로, 팬들 역시 돈을 쓰지 않고 e스포츠를 즐기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었다. 구단들은 스스로의 자율과 창의보다는 종목사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현 e스포츠 산업의 판도는 종목사도, 팬들도, 구단도 서로서로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e스포츠가 소수의 문화에서 벗어나 스포츠로서 대등한 위상을 인정받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산업으로서의 e스포츠에 기존 스포츠와 동일한 방식의 지원이나 투자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생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과 투자 뿐 아니라 e스포츠 구성 주체들 스스로도 일정한 희생을 감수하는 자구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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