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G의 어깨엔 본인들의 영광 뿐 아니라 리그의 미래 역시 달려있을 수도 있다.
NRG는 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릴 월드챔피언십 8강 1차전에서 웨이보 게이밍을 상대로 경기에 나선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NRG는 2018년 클라우드 나인(C9) 이후 5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북미 팀이 된다.
NRG의 4강 행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북미 리그의 떨어진 인기 때문이다. 북미 리그인 LCS는 2023년 들어 인기 하락이 두드러졌다. 2년 전 최고 시청자 40만을 기록했던 LCS 리그는 올해 스프링 시즌 27만 명, 올해 서머 시즌 22만 명의 최고 시청자를 기록하는 것에 그쳤다. 하락하는 인기에 북미 리그 팀들은 비용적 부담이 큰 2부 리그 팀 운영을 포기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선수협의 주도로 파업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북미의 역사와 함께 했던 TSM은 북미 리그를 탈퇴해 다른 리그에서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선언, 리그를 떠나기도 했다.
많은 관계자들은 북미의 인기 하락의 이유 중 하나로 국제대회에서의 오랜 부진을 꼽는다. 실제로 NRG의 CEO인 앤디 밀러는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팀이 빠르게 탈락하는 국제 대회를 1년에 두 차례 반복한다면, 팬들은 본인들이 '마이너리그' 팀의 팬인 것처럼 느낀다"라고 말했다. 인기 하락의 원인 중 하나를 국제대회 부진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롤드컵에 나선 북미 선수들은 팀을 높은 곳에 올려 리그의 인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NRG의 정글러인 '컨트랙츠' 후안 가르시아는 인터뷰에서 "북미 팬들에게 LCS가 시청할 가치가 있는 리그라는 사실을 꼭 증명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른 북미 팀이 모두 빠르게 탈락한 가운데 1번 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한 NRG는 첫 경기 패배에도 불구하고 팀 리퀴드와의 내전에 이어 유럽 팀인 매드 라이온즈와 G2를 연달아 잡으며 8강 행을 확정 지었다. 특히 G2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모두가 G2의 우세를 점쳤음에도 2대0으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북미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결국 유럽도, 다른 북미팀도 아닌 NRG가 마지막까지 남은 서양 팀이 됐다.
만약 NRG가 5년 만의 4강 신화를 재현해낸다면, 리그 경쟁력에 대한 의문으로 시청을 포기한 많은 북미 팬들을 다시 불러오며 리그 자체 흥행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NRG에게 이번 8강전은 그 중요성이 특별히 큰 경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대인 웨이보 게이밍이 비록 1차전에서 패배했던 상대지만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8강 팀 중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과연 NRG가 4강 신화를 재현하고 북미 팬들의 사랑을 다시 끌어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